이 글은 뭉치가 떠났던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잊기위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뭉치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으로 채우고자 한다.
1. 이별 전 뭉치의 평소 건강상태
뭉치는 어렸을때부터 잔병이 많은 강아지였다. 그중에서도 피부병과 귓병을 달고 살아서 늘 빡빡미용을 하고 한번씩 병원에 가서 약을 타먹곤 했었다.
10년 전쯤 뭉치가 7살때는 뒷다리의 쓸개골 탈구가 많이 진행되어 수술도 했었다. 그 이후로는 수술 부위의 보호를 위한 체중 조절을 위해 다이어트 사료만 먹였었다. 잘된 수술 덕분인지 그 뒤로는 다리에 크게 문제가 없었고, 그렇게 피부병, 귀병으로 병원에 가는 것 말고는 별탈없이 지냈었다.
그런데 뭉치가 16살이 딱 되니까 기침과 숨 헐떡거림이 잦아져서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만성췌장염과 심장병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때부터 췌장염약과 심장약을 먹이기 시작했고 이 약들은 남은 생애에 계속 먹여야 했다.
16살부터 17살에 떠나기 전까지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번은 기절해서 숨을 잠깐동안 못쉰적도 있었고, 경련, 발작들도 가끔 일어났었다. 그러다 어느날 폐수종으로 새벽에 긴급하게 입원도 했다. 이 일 포함해서 8개월동안 총 4번정도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러다가도 좀 지나면 밥도 잘먹고 산책도 잘하는 강한 아이었다.
2. 뭉치가 떠나기 전 증상
2024/6/16(떠나기 21일전)
17살 되고서는 구토는 일상적으로 했지만, 이때부터는 연속으로 매일 토해서 병원에 데려가니 입원하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2024/6/17일(떠나기 19일전)
2박을 입원시키고 3일째 퇴원하는데 의사쌤이 뭉치가 뒷다리에 감각은 있는데 마비가 오고있는 것 같다고하셨다. 일으켜세우면 뒷다리에 힘이 없어서 주저앉게 된다고. 뇌에 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 이 상황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써볼 수있는데 괜찮은지 물어보셔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연명치료가 아닌 호스피스를 해야된다고 하셨다. 그 자리에서는 호스피스의 뜻이 뭔지 모르고 그냥 간호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뜻을 찾아보니 이랬다.
호스피스: 악성 질환에 걸려서 치유의 가능성이 없고, 진행된 상태 또는 말기 상태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이 죽을떄까지 남겨진 시간의 의미를 발견해서, 그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광범위한 치료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퇴원시키며 약타려고 기다리는데 뭉치가 갑자기 내 입술을 핥는 것이었다. 어렸을때부터 뽀뽀하고싶어서 입술을 그렇게 갖다대도 왠만함 무시했는데 이러다니.. 마지막 인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퇴원하면서부터 집에서까지도 뭉치가 하루종일 낑낑대고 소리지르고 짖었고, 이게 새벽 5시까지도 지속되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2024/6/18(떠나기 18일전)
전날 퇴원후 낑낑거림이 심해서 다음날 병원에 데려가니 선생님께서는 뇌의 종양때문에 불편함을 느껴서 그런거일수 있다고 하셨다. 뇌종양이거나 뇌수막염일 수 있고 확실하게 알려면 mri를 찍어야하는데, 17살 노령이니 찍을수는 없고 추측만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게 좋고, 마지막이 며칠이 될지 몇 달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하셨다.
이날부터는 체중조절, 췌장염, 피부알러지때문에 못 먹였던 음식들을 먹이기 시작했다. 뭉치가 이때쯤 되니 건사료는 전혀 안먹고 습식사료도 잘 먹지않아서, 닭가슴살을 삶아서 씹기 좋게 갈아서주고 닭육수도 자주 줬다. 1년 반동안 저지방사료만 주다가 고기를 주니, 한그릇 뚝딱 해치울 정도로 너무 잘먹었고 잘먹는 만큼 기력도 조금은 회복되는게 느껴졌다.
2024/6/20(떠나기 16일전)
뭉치가 소리지르고 낑낑대고 힘들어하는게 잦아져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것 같았기때문에 이날 아침 병원에 연락해서 안락사도 고려해야할 상황인지에 대해 처음으로 물어봤다. 병원에서는 일단 보내주는걸 권할수도있는 단계이긴 한데 스테로이드를 쓴지 얼마 안됐으니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라고하셨다. 그래서 일단 스테로이드 효과를 지켜보기로했고 추가로 이날 진통제를 병원에서 받아왔다.
진통제는 6-8시간정도 효력이있다고 했고 증상에 따라서 효력이 없을수도 있지만 일단 써보기로 했다.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뭐라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4/6/21(떠나기 15일전)
스테로이드가 효과가 있었는지 힘들어하는게 좀 덜해졌다. 먹는것도 잘먹는 편이고, 혼자 일어나는건 가끔씩 겨우 하고, 일으켜주면 뒷다리까지 일어서서 잘 걷게되었다. 전체적으로 상태가 호전된 것이다.
2024/6/22(떠나기 14일전)
약 타오는 날이라서 병원에 갔다. 증세가 다소 호전된거같아서 이대로 약을 일주일동안 먹고 그 다음에 괜찮으면 2주치를 주시겠다 하셨다. 이때 처음으로 소고기를 삶아 주니, 마치 아프지 않은 것처럼 그릇까지 먹을 기세로 엄청 잘먹었다.
2024/6/23(떠나기 13일전)
이때부터 3일동안은 낑낑거리는 증상이 생길때마다 진통제를 줬는데, 하루에 하나씩 주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 3일동안은 그런 증상이 줄어들어서 진통제를 안먹여도 됐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아예 스스로 일어날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뭉치가 낑낑거리면 불편할 만한 것들을 먼저 해결해주었다. 일단 일으켜서 물을 마시게하고, 소변을 눌수 있게 하고, 밥도 줘보고, 뒤집어서 눕혀주고 하면 낑낑대는게 줄어들기도 했다. 이제 스스로 일어나서 쉬를 못하니까 항상 기저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자다가 일어나서 침대에서 바로 소변을 보거나 누워서 보는 일이 자주 있어서, 잘 때만 기저귀를 해왔었다.
2024/6/24(떠나기 12일전)
뭉치는 도움없이는 아예 서있지를 못해서 계속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누워만 있다가는 욕창이 생길 수도 있고 뭉치도 가끔 서 있고 싶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당근에서 사륜휠체어를 사주었다.
이때는 뒷다리는 못쓰더라도 앞다리로는 걷는 게 가능해서 휠체어에 태우고 간식을 주면서 걸어오도록 유도해봤다. 몸 전체에 힘이 없어서 그런지 휠체어 끄는 것을 버거워했지만, 그래도 간식에 대한 애착은 아직 있어서 어느 정도 걷는 것이 가능했다.
뭉치가 떠나는 날이 얼마 안남은지 모르고 뭉치가 휠체어로 스스로 걷는 상상도 해봤었다.
2024/6/29(떠나기 7일전)
다시 약 타러 일주일만에 병원에 갔다. 소뇌 문제로 뒷다리 운동소실이 더 심해진 걸 확인했고, 기존에 먹던 신경제에 항경련제를 더 추가하고 스테로이드를 증량하기로 했다.
2024/6/30(떠나기 6일전)
뭉치가 낮부터 울고 짖어서 진통제 먹이고 휠체어에 태우니 그 위에서 잠들었다. 그러다 얼마 안있다 깨서 또 울기 시작하고 이게 반복됐다. 진통제를 먹고나면 1~2시간 후에는 그래도 좀 우는게 나아지긴 했다.
2024/7/02(떠나기 4일전)
뭉치가 깊게 잠든시간 외에 깨어있는 시간에는 쉬지 않고 하루종일 짖고 낑낑댔다. 뭉치도 너무 힘들어 보였고, 그걸 보고 듣는 우리도 너무 힘들던 시기였다.
2024/7/03(떠나기 3일전)
병원에 뭉치를 데리고 가서 고통없이 보내주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상담했다. 결정을 위한 삶의 질 점수를 매기는게 있다고 하셔서 그 질문들에 답변을 해봤다. 내가 답변을 쓰는 동안 선생님이 뭉치 상태를 봐주셨는데 이제는 앞다리마저도 운동소실 되었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이대로의 진행속도라면 앞으로 남은 날이 일주일 정도일 것 같다고 하셨다.
삶의질 답변에 대한 점수는 35점 이하가 나오면 보내주는 것을 고려를 하는거였는데, 뭉치는 13점이 나왔다. 물론 이건 내 주관적인 답변에 대한 점수라 절대적인건 아니었다. 이 점수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건, 일단 보내주는 것은 될수있으면 안하고 싶다고 평소 생각해 온 것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기가 갈 때를 알게 된다고 들었다. 뭉치도 스스로 자기가 갈 때를 알게 해주고 싶었고, 그 시기를 내가 통제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가 이때까지는 뭉치가 스스로 먹지는 못해도 주사기로 입에 넣어주면 조금이라도 잘 받아 먹고, 물도 잘마시니까 아직 삶의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께는 좀더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그걸 결정하는동안에는 고통이라도 줄여주고 싶다고 하니, 진통제를 더 강하게 해서 주셨다.
이날부터 뭉치는 깨어있는 동안에는 계속 짖고, 그런 뭉치에게 6~8시간마다 진통제를 주는게 반복됐다. 새벽에도 그런 상태가 계속됐기 때문에 나는 뭉치 옆에서 자면서 짖으면 물 먹여주고, 쉬할 수 있게 일으켜주고, 뒤집어서 눕혀주고 등등 밀착 케어를 했다.
2024/7/05(떠나기 1일전)
뭉치가 물을 스스로 먹지 못하기 시작했다. 혀가 컨트롤이 잘 안돼서 스스로는 이제 물을 못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주사기로 입 옆쪽으로 주면 물이 들어온지도 몰라서 삼키지 못했다. 입의 앞쪽으로 넣어 줘야 겨우 마실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로얄캐닌 리커버리를 물에 타서 입 옆으로 넣어줘도 삼키지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입에 머금고 있었다. 액체로된 앤케어는 잘 먹을까 싶어서 입 앞으로 넣어 주니까 그나마 잘 삼켰다. 이 앤케어가 뭉치가 먹은 마지막 음식이 됐다.
2024/7/06(떠난 당일)
뭉치가 9일정도 못봤던 대변을 아침에 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못싸고 있던터라 너무 반가웠다. 누워서 작은덩어리를 3개 쌌는데 중간중간과 마지막에 물처럼 설사로 나왔다. 꽤 오랬동안 나오다가 멈춰서 뒤처리를 해줬다.
이날이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예약돼있는 병원에 다녀와야해서 뭉치를 집에 두고 홈캠을 틀어놓고 나왔다. 진료가 많이 늦어져서 3시간만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홈캠에서도 대변이 나중에 또 흘러나온걸 봤는데 집에와서 보니 그 양이 꽤 많았다. 설사가 몸에 많이 묻어서 화장실로 데려가서 남편이 뭉치를 들어주고 내가 샤워기로 씻겨줬다. 그런데 물을 그렇게 싫어하는 뭉치가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거다. 그리고 변이 아직도 나오고 있었다. 입에서는 이물질이 나오길래 어제 삼키지 못한 리커버리가 나오는건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남편이 ‘어?’ 놀라며 맥박이 너무 약하다고했다. 그제서야 이제 갈때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게되어 서둘러 씻기를 끝내고 털을 말려주는 와중에 심장에 손을 대보니 정말 희미하게 심장이 띄고 있었다.
침대로 데리고 가서 눕히니 여전히 심장은 아주 약하게 뛰고있었지만, 더이상 호흡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뭉치랑 마지막 인사를 하고나니 얼마 후에 심장까지 멈추게 되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뭉치는 떠날 때가 됐는데 우리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오니까 그제서야 하늘로 떠난것 같았다.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우리가 올때까지 버텨준 것 같아서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그렇게 뭉치는 태어난지 17년 5개월 22일만에 하늘로 돌아갔다.
3. 이별과정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1) 안락사 하지 않은 것
보내주는 것을 섣부르게 결정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뭉치는 고려하고 있는 도중에 떠났기때문에 결과적으로 남은 기간을 당길 필요는 없는 거였다.
(2) 마지막이라도 먹고싶은 걸 마음껏 먹게 해준 것
뭉치가 떠나기 3주 전부터는 그동안 췌장염, 관절을 위한 체중관리 등 때문에 먹이지 못했던 음식들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먹보 답게 잘먹어줘서 보는 나도 행복했다.
(3) 걸을 수 있을 때 매일 산책한 것
뭉치는 어렸을때부터 산책을 너무 좋아하던 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떠나기 한달 전까지도 산책을 거의 매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힘들어졌는지 점점 걷는 시간이 줄더니, 더이상 걷지를 않았다. 그때부터는 걷게 하지 않고 앞가방에 넣어서 같이 산책했다. 걸을 수 있을때 마음껏 걷도록 한것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4) 떠난 후 마음껏 슬퍼한 것
뭉치가 떠났을때, 그리고 그 다음 날, 다다음날도… 남편과 함께 뭉치를 마음껏 떠올리고 슬퍼하고 애도했다. 슬프면 울고 생각나면 얘기하고. 그렇게 하다보니 4일째 되는날부터 서서히 비통함이 줄어드는걸 느꼈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울컥할때도 눈물 날때도 있지만, 이것도 당연한 이별의 증상이라 받아들이고 있고 잘 극복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4. 이별과정에서 후회되는 것
(1)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걸
얼마 남지 않은것 같다는 선생님 말씀에도 나는 막연하게 그것보단 더 살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기절, 발작, 경련, 폐수종 등 많은 위기를 잘 이겨내고 다시 잘먹고 잘 걷는 아이었으니까… 일주일 남았다는 말씀에도 그것보다는 더 살겠지하고 믿었던 것 같다. 그렇게 주말은 더 같이 보낼수 있을줄 알았는데, 토요일에 외출한 사이에서 돌아오자마자 떠나간 것이다. 그날 어디 가지않고 오전 내내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너무 후회되고 혼자 놔둔게 미안했다.
(2) 더 일찍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도록 해줄걸
떠나기 3주 전부터 사료를 벗어나 다양한 음식을 주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이걸 더 미리 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먹는걸 정말 좋아하는 아이어서 건사료도 잘 먹었기때문에 다른음식을 줘야한다는 생각은 못해봤었다. 그러다 몸이 안좋아지고 사료를 안먹기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다른 음식들을 주기 시작한 것인데, 그때는 이미 살날이 며칠 안남아있을 때였다. 좀 더 일찍 주면 뭉치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봤을텐데 하고 후회가 된다.
(3) 더 많이 안아줄걸
마지막 일주일정도는 뭉치가 많이 낑낑대고 짖는게 고통스러워보여서 침대에 눕혀놓은 일이 많았다. 거의 짖거나 자거나 둘중에 하나여서 많이 안아주지를 못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안았을 때의 느낌에 대한 기억이 이제 희미해지고있다.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하고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이렇게 뭉치의 마지막에 대해 기록하는 것도 내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뭉치와의 이별을 겪고 1~3일동안에는 정말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러다 점점 뭉치가 없는 일상이 익숙해지면서 슬픔도 극복이 되는것 같다. 그러니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반려견 보호자들에게도 시간이 괜찮아질거라고 말해주고싶다.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해준 보호자 덕분에 반려견은 행복했을거라고 말이다.